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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을 두고 많은 분들이 '영화관이 여전히 존재해야 하는 이유'라며 찬사를 보내시던데, 전 이 영화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라인>을 두고 '영화관에서 여전히 헐리웃 팝콘무비를 봐야 하는 이유'라 치켜세우고 싶습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어린 시절 도서관 시청각실에서 보고 엄청난 전율을 느꼈던 브라이언 드 팔마의 1편과 멀티플렉스 초창기 시절 영화관에서 보고 다소 실망했던 2편 이후로 8편이 나온 현재까지 희한하게도 연이 닿질 않았는데요. 그러나 이 시리즈는 계속 실망을 할지언정 지난 25년간 희한하게도 꼬박꼬박 챙겨 봤습니다.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시리즈의 매력은 무엇보다 호러 장르의 지평을 넓혔다는 데 있습니다. 일상에 깃든 "죽음"에 대한 원초적 공포를 살인마나 악령으로 형상화하지 않고도 온갖 상상력과 영화적 장치를 동원하여 쫄깃하게 다룬다는 점에서 기존의 호러 장르와 차별화되는데요. 반면 하이틴 호러물이 한창 유행하던 개봉 당시 참신하고 현실적인 공포 영화라 평가받았던 1편 이후로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세계관의 확장과 변주가 다소 억지스럽게 이루어지는데다, 그저 기발하게 설계된 잔혹한 죽음을 자극적으로 전시함으로써 식상하고 엉성한 이야기의 한계를 무마하려는 시도들은 이 시리즈를 평가절하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번 6편도 애초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요. 그런데 뚜껑을 열어 보니 시리즈의 오리지널리티를 적절하게 계승하는 가운데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들면서도, 이야기 또한 핍진성을 유지하며 깔끔하고 짜임새 있게 구성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뭐니뭐니해도 오프닝의 "스카이 타워" 붕괴 시퀀스입니다. 개인적으로 <타이타닉>의 후반부 침몰 시퀀스 못지않을 정도로 완성도와 몰입도가 빼어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모든 컷의 연출과 배치가 정말 디테일하고 완벽했어요. 아이맥스나 돌비 포맷으로 개봉하지 않은 게 아쉬울 정도입니다.
또한 등장인물들이 차례에 따라 운명적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각 시퀀스를 대부분의 전편들에 비해 아주 매끄러운 스토리텔링으로 연결합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고 죽음은 피보다 끈적하다'는 한 문장으로 이 영화의 내러티브를 요약할 수 있겠는데요. '동전 하나 때문에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설정을 주춧돌로 삼고, '혈연을 따라 유전되는 가족의 비극'이라는 골자로 기둥을 세웁니다. 그리고선 집을 짓듯 시종일관 우직하면서도 정교하게 이야기를 지어가는데요. 시리즈를 관통하는 기존의 세계관과 자연스레 어우러져 설득력을 갖춥니다. 즉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가족"이라는 소재에 시리즈의 핏줄을 이어 붙인 것은 매우 영리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아울러 이 시리즈에 기대하는 '재난물'과 '고어물'의 장르적 재미 역시 빼놓지 않고 이야기의 내외부를 풍성하게 장식합니다. 시리즈를 떠나 한 편의 독립적인 영화로 봤을 때, 가족애라는 보편적인 요소를 무난하게 녹여 낸 웰메이드 재난 블록버스터를 보는 듯한 기분도 드는데요. 아무리 팝콘무비라도 영화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근본은 "각본"임을 이 영화가 증명합니다.
개인적으로 시리즈 중 2편을 그리 높게 평가하진 않지만, 후반부는 여러모로 그에 대한 오마주가 영화의 축을 이룹니다. 2편의 특이한 점은 예수의 죽음과 부활에서 모티브를 따온 듯한 "생존 법칙"인데요. 뒤이은 속편들에서 이러한 설정을 사장시켰다가 오랜만에 꺼내어 재활용하고 변주한 부분 역시 반가웠습니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이 영화의 중요한 의미는 시리즈 내내 미스테리한 장의사 역으로 짧고 굵게 얼굴을 비추었던 "원조 캔디맨" 토니 토드의 서사를 비로소 완성한다는 점입니다. "카르페 디엠", 즉 '지금 남아 있는 삶을 소중히 여기고 매 순간을 즐기라'는 단순한 메시지가 실제 그의 죽음과 맞물려 유달리 묵직하게 다가오는데요. 병마와 싸우느라 수척하지만 세상 누구보다 인자한 얼굴로 전하던 고인의 마지막 인사가 요즘의 제 상황에서 무척이나 가슴에 사무칩니다. 그래요. 최대한 즐겨볼게요 미스터 토드...
결론적으로 시리즈를 꾸준히 본 팬들에게는 상당히 흡족할 만한 속편이라는 점에서, 그렇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부담없이 흥미롭게 즐길 만한 오락 영화라는 점에서 팝콘 한 통 사들고 영화관에 입장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적극 추천합니다.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라인> 별점 / 한줄평
☆3.5
시리즈의 최고점을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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